국내 조선사가 연말 들어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6일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중형 컨테이너선 등 선박 6척을 총 3억 달러(약 3400억원)에 수주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달 수주액만 28억 달러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기록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23척으로 수주 금액은 40억 달러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LNG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 수주한 44척 중 LNG선이 18척으로 수주 금액으로 치면 71억 달러 중 40억 달러를 차지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수주한 33척 중 LNG선이 10척으로 수주액은 전체(61억 달러)의 31%를 기록했다. 조선 빅3가 올해 수주한 259억 달러 중 LNG선이 38%다.

올 LNG선 발주량 80% 한국이 쓸어와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상선 발주량이 40%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한국 조선 빅3는 LNG선으로 선방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선 수주는 기술·원가·금융지원 3요소가 맞물려 결정 난다. 한국이 중국보다 원가와 금융 지원에서 밀리는 데도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건 기술 경쟁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올해보다 LNG선 발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와 모잠비크 등 대형 LNG 프로젝트 물량이 예정돼 있으며, 국제해사기구(IMO)가 시행하는 ‘IMO 2020’ 환경규제가 내달 시행되기 때문이다. IMO 2020은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규제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공급이 석탄·석유가 아닌 천연가스 위주로 재편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공급 측면에선 미국이 셰일가스(셰일층에 매장된 천연가스) 생산을 늘리며 물동량이 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선 유럽을 비롯해 중국·인도 등에서 LNG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환경 규제와 외교안보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LNG 물동량이 요동치고 있다. 갈수록 수요가 늘 것”이라며 “내년 한국의 LNG선 수주 규모는 70~80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탄·석유 물동량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지만, LNG는 성격이 다르다. 최 애널리스트는 “유럽은 기존에 러시아·카타르에 의존했지만,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 등 외교·안보 측면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도 수익성을 위해 천연가스 지역을 투자처로 삼고 있다. 미국의 셰일 증산 여파가 덜 미치는 아프리카 등이다. 유가는 글로벌 가격에 큰 변동이 없지만, LNG 가격은 물동량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환경 규제의 효과는 내년 하반기쯤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은창 부연구위원은 “IMO 2020 시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올해 LNG선 발주량이 예상만큼 많지 않았다. 내년 상반기까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당장 저유황유·스크러버(오염물질 저감장치) 등 대체 방법을 찾겠지만, 6개월 후엔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호전돼 수주가 늘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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